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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놓친 것들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1-03-22 11:21:33

눈이 놓친 것들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

글: 신수진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나날이 하염없이 길어질 때 그림책을 통해 지금 닿을 수 없는 곳의 풍경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을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줄 그림책,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해 주는 그림책, 낯선 존재와의 만남이 가져오는 변화를 그린 그림책 등 지난 계절에 만난 좋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신수진 편집자의 추천평 전문은 『창비어린이』 2021년 봄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엄청난 눈』

유아>4~7세

박현민 지음, 달그림 2020

 

눈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그림책

 

작가가 눈이 오지 않던 겨울에 눈을 기다리면서 만들었다는 이 그림책은 두 사람의 등장인물,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라는 두 가지 사건을 다룹니다. 얼핏 단출해 보이는 그림책인데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엄청난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끝없는 모험을 하게 되지요. 이 책의 여백은 작가의 연출 덕분에 흰 눈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 됩니다. 텅 빈 공간이 꽉 찬 공간이 되는 역설이 재미있습니다. 눈이 떨어지는 듯한 제목 서체, 눈처럼 부드럽고 폭신한 질감의 코팅, 집 부분만 칼 선으로 따내 주위가 온통 눈에 파묻힌 느낌을 낸 것 등 책의 분위기와 맞춤한 표지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여름에 이 책을 꺼내 본다면 주변 온도가 몇 도쯤은 낮아질 것만 같아요.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유아>4~7세

루리 지음, 비룡소 2020

 

버려진 존재들의 따뜻한 연대

 

인간에게 버려진 동물들이 은유하는 존재는 늙고 가난하고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원래 이야기에서 동물들에게 골탕을 먹는 ‘도둑들’조차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에서는 쓸모없는 몸으로 낙인 찍혀 먹고살 길이 막막합니다. 서로의 처지에 자연스럽게 공감한 이들은 각자 가진 것을 전부 털어 돌멩이 수프 같이 따뜻하고 푸짐한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습니다. 결국 ‘브레멘’이란 버려진 존재들이 음악대로 일할 수 있는 곳, 자신의 쓸모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으면서 소박하게 먹고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진짜 브레멘이 어디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일하는 개들』

초등>1~2학년

안승하 지음, 책읽는곰 2020


일하는 개들의 보람과 기쁨

 

심리 치료견, 안내견, 독서견, 우미견, 검역 탐지견, 경찰견, 구조견 등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개들에 관한 정보 그림책입니다. 펠트로 한 올 한 올 구현한 개들의 모습이 생생하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개들의 직업 세계를 고양이 기자가 취재하는 형식으로 구성한 것도 재미있지요. 고양이 입장에서 바라본 개들은 지나치게 유쾌하거나 부지런하거나 시끄러웠지만, 그런 특성 때문에 누구보다 다른 생명을 사랑하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실감나게 와닿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 썼다면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개들의 노고를 찬양하는 데 그쳤겠지만 개와 ‘대등한’ 관계에서 그들의 보람과 기쁨을 관찰하려고 애쓴 서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굴 안에 뭐야?』

유아>4~7세

김상근 지음, 한림출판사 2020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올챙이들의 첫 모험 이야기

 

성장이란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모험을 통해 만나는 새로운 세상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성장을 다루는 그림책의 영원한 테마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동굴 안에 뭐야?』는 작가가 2015년 출간한 『가방 안에 든 게 뭐야?』(한림출판사)의 후속편으로, 엄마 개구리가 힘들게 지켜 낸 알에서 태어난 올챙이들의 첫 모험 이야기입니다. 호기심 많은 열 마리의 올챙이는 빛나는 미지의 존재에 이끌려 앞으로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동굴 속 존재들도 새로운 방문자와 맞닥뜨립니다. 올챙이들은 너무너무 궁금했던 반짝이들과 마침내 인사를 나누고 돌아옵니다. 어른들이 쿨쿨 잠을 자는 사이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카피바라가 왔어요』

초등>1~2학년

알프레도 소데르키트 지음, 미디어창비 2021


아기 동물들의 우정으로 시작된 편견의 벽 허물기

 

어느 날 불쑥 낯선 존재를 만난다면? 카피바라와 닭들의 만남은 새로운 발견에 그치지 않고 살아가는 기반 자체를 뒤흔들기에 이릅니다. 인간이 닭장 안에 들어설 때 생기는 “이상한 일”을 처음으로 자각한 병아리 한 마리와 가장 먼저 닭장 너머로 들어가 병아리와 친구가 된 어린 카피바라는 ‘공존’이 무엇인지를 어른들에게 일깨워 줍니다. 먹을 것을 나누고 공간을 나누면서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워진 카피바라와 닭들은 마침내 더 멀리까지 나아갑니다. 무리에서 가장 작고 어린 동물들이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

유아>4~7세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웅진주니어 2020


낯선 존재에 대한 멈추지 않는 호기심

 

주인공의 세계에서 어디든 존재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뱀은 우리 곁의 비가시화되어 있는 존재들을 연상시킵니다. 그들을 지워 버리고 아무 일 없는 듯 살 수도 있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존재들을 볼 줄 알고 못 본 척 외면하지 못합니다. 반짝이는 빛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던 올챙이들처럼, 조금 찢어진 철망을 뚫고 기어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러 갔던 카피바라처럼. 다시 만나면 비밀스럽게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내가 여기에 있어”라고 알려 주겠다는 용감한 연대는 작고 약한 것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어린이들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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